'스포일러'
'언어는 문명의 초석이자 인류를 이어주는 끈이었으며 모든 분쟁의 시작이었다.'
빌뇌브의 영화는 항상 깊게 와닿는다. 경험의 크고 작음을 넘어서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처음부터 끝까지 손실없이 전달한다. 그의 영화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던, 혹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숨겨진 사실을 알아내고 그 사실을 당당히 마주한다. 그의 영화는 그 사실을 꺠닫는 과정또한 흥미롭고 사실 자체도 매우 충격적이지만 결말에 주인공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것이 빌뇌브의 영화를 다른 서스펜스와는 다른 힘을 가지게 한다.
'컨택트(원제 Arrival)'는 언어학자인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아담스)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살아가던 나날 중에 지구에 도착한 12척의 '쉘'이 말하는 언어를 해독하는데 참여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영화중 '그을린 사랑'과 '시카리오'를 떠올려 보면 그는 여성 주인공을 표현하는데 매우 능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알 수 없는 강압속에서 느껴지는 나약함을 은근하게 표현하는 반면 그 곳에서도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가는 모습은 그의 세 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접점처럼 보였다.
'컨택트'는 촬영 적으로 매우 훌륭했다. '쉘'그 자체와 '쉘'이 착륙해 있는 몬타나주의 풍경을 함께 찍은 샷은 인류가 가늠하기 힘든 미지의 힘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또한 틸팅 샷이 매우 많았는데 그것도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틸팅샷을 이용했다. '컨택트' 에서의 틸팅샷은 화면을 가득 매운 벽면으로 부터 진짜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대상을 보여주는 식으로 이용 되는데 이는 주인공이 전혀 이해 하지 못하던 헵타 포드로 부터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해 내는 듯했다.
그 과정은 인류가 '헵타 포드'에게 언어를 인류의 언어를 이해시키는 것으로 이어진다. 루이스는 언어가 가지는 힘을 믿고 있었다. 힘이라는 것은 언제나 양면성이 있다. 모든 것을 바꾸되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일지 부정적인 방향일지는 상대가 말하는 언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달렸다. '헵타포드'가 '무기를 주겠다' 라는 말을 하자 인류는 공포에 질렸고 이성을 상실한 뒤 '쉘'을 공격하려 했다. 이해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하지만 인류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지의 공포를 이겨내고 이해와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성과 특권을 의미하는 것이다.
루이스는 '헵타포드'와 여러번 언어를 교환했고 결국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다시 '쉘'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헵타포드'가 얘기했던 무기의 의미를 찾는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가 가지는 강한 힘을 무기라고 표현해 냈던 것이다. 그만큼 우리 인류가 얼마나 폭력적인 역사로 힘을 이용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우리의 언어속에 얼마나 강하게 남아있는지 보여주려는 듯 했다. 헵타포드의 언어를 습득한 루이스는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알게 될 것을 알고 있게 되었다. 이는 결국 '헵타포드'를 향한 인류의 공격을 멈추고 전세계 적인 화합에 이르게 된다.
이 세상에는 알 수없는게 너무나 많다. 하지만 불행 하게도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한다. 미래도 우리에겐 매우 희미하게 보인다. 그리고 곧 다가올 미래는 우리에게 매우 작은 정보만을 던져준다. 우린 지금 당장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당장 알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이 미래를 섣부르게 판단하는 행동은 어리석다.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걱정하게 되면 우리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을 그르치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당장 할 수있는 선택은 이를 이해해 보려는 것이다. 이를 완전하게 이해 한뒤에 행동해도 늦지 않을 만큼 확실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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