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드디어 방황을 끝냈다. 자신이 제일 잘하던 느낌이 몇 번의 실패 끝에 다시 살아남을 느낄 수 있었다. 보고나서 오래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인것도 역시 그의 스타일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게 한다. 너무 오랜만이었을지도, 이제 80년대 시절 전성기의 테리길리엄이 이제 현대에 막 적응하려는 영화라고 봤을 때 이 영화는 꽤나 가치있는 영화다.
시작부터 감탄사가 터져나오게 하는 테리길리엄의 비주얼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아쉬운건 이런 비주얼들이 몇 번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제작비의 문제였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1시간 내내 이 주인공의 고뇌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것에 대한 설명이 주인공의 집인 성당안에서 이루어 진다. 개인적으로 테리길리엄의 비주얼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이런 모습은 조금 아쉬웠다.
머리를 빡빡 밀고 성당에서 거주하는 주인공 코언은 삶의 의미를 찾아줄 전화 한통을 기다리고 있다. 이 모습은 마치 신의 계시를 기다리고 고행을 겪고 있는 수도승을 연상시킨다. 주인공 코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삶은 공허하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또 다른 의미가 존재할거라 믿는다. 이는 그가 제로의 법칙. 모든 것은 공허하고 결국 다시 0으로 돌아간다라는 법칙을 증명하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이것은 정말 따로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다. 나는 이 영화가 삶이 비록 결국 허무하고 공허할 지라도 그 안의 의미는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 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역시나 그의 다른 영화와 같이 그의 철학이 매우 강하게 들어있는 영화다. 물론 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이런 점이 좋다. 하지만 그의 다른 역작들과는 조금 다르게 이번 영화는 무언가 확실하게 그의 철학이 완성되지 못한 느낌이다. 제로의 법칙이라는 것이 너무나 복잡한 나머지 심오하게 그가 던져둔 여러 가지 사상이 완성될 수 없었나 보다.
내가 브라질을 보고 느꼈던 충격은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게 다 들어있는 영화가 있지? 라는 느낌이었다면 이 제로법칙의 비밀은 내가 좋아했었던 브라질과 12몽키즈의 모든게 안에 들어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종교와 현대 문명에 대해서 가볍게 실소를 날리고 그 부조리함에 대해서 비꼬는 그리고 원초적인 삶의 의미를 찾는 말 그대로 테리 길리엄이 지금껏 만든 모든 영화의 정수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움은 없다. 하지만 이가 그의 귀환이 되어 더욱 발전된 거장의 모습이 보여질지, 이 이후로도 이 이상의 것은 보여주지 못할지 의문이다. 난 개인적으로 전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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