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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윤가은-<우리들>

'너는 이름이 뭐야?'

'나는 한지은 너는 이름이 뭐야?'

'나는 이선'



 단편 영화 '콩나물'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뒤 1년 만에 장편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주인공 '이선'의 이야기를 빌려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선이라는 아이와 지아라는 아이가 서로 편견없이 만나 방학동안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 개학과 함께 그 둘의 관계는 꺠져버리고 만다. 이야기가 진행 되는 내내 선이에 과하게 몰입 되는 한편 이 두 아이가 다시 친구가 되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 둘이 틀어지게 된 이유가 그 두명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플롯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러면서 굉장히 짜임새가 탄탄하다. 얼핏 보면 너무 예측이 쉬운 이야기 처럼 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이 이 이야기에 진정성을 심어준다. 마치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는 이랬을 법한, 내가 혹은 과거에 이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게 한다. 


 이 영화는 연출과 편집에 굉장한 힘이 있었다. 선이의 감정묘사도 매우 탁월 했지만 윤가은 감독은 딱히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화면상에 가장 필요한 것들만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사건 또한 쓸데없는 내용 설명에 시간을 할애 하지 않고 큼직한 사건을 진득히 보여준다. 마치 우리 기억속에 강렬한 것들만 남듯이 말이다. 그를 통해 '우리들'은 영화를 넘어 우리들의 과거 어린 시절을 뒤돌아 보게 한다. 그리고 그 어린시절과 선이는 서로 만나 이야기에 더욱 큰 진정성을 부여한다. 


 선이와 지아가 함께 친해지는 것은 어떤 큰 사건을 통해 친해진 것이 아니다. 서로를 소개하고 서로를 조금 알고 그리고 결국 노는 것으로 친해진다. 차후에 알 게 되는 사실이지만 선이가 친구를 원한만큼 지아도 친구를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그 둘이 노는 장면은 가장 연출과 연기가 들어가지 않은 날것에 가까운 순수함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선이와 지아만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그런만큼 그 둘이 틀어지기 시작할 때 가슴이 미어진다. 


 그 둘 관계의 균열이 조금씩 시작할 때 즈음 지아가 선이로부터 마음을 닫으려 한 적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선이를 보며 어떤 질투와 미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가 완전히 것잡을 수 없이 깨져가기 시작한 것은 선이가 학급에서 항상 대장처럼 군림했던 보라라는 친구와 만났을 때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걸 갖지 못했을 때에는 그걸 가진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이 둘 사이를 이간질 했던 보라도 그런 부분을 가진 사람중에 한명이다. 하지만 보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누군가를 상처주고 깎아내리며 자신을 높인다. 선이와 지아도 처음엔 그저 자신이 가질 수있는 것을 가지고 가장 편견 없이 순수한 관계에서 시작됬지만 보라라는 이기적인 아이를 거치며 결국엔 서로를 깎아 내리며 비난하고 상처주기에 이른다. 영화가 말하는 '우리들'에는 보라 같이 이기적인 아이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누구나 한편으론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가지는 결론은 너무나 명확하고 간료하다. '우리모두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어도 결국 우린 함께 가야한다.'그리고 이를 가장 순수하고 어린 아이의 입으로 부터 듣게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선이는 학교에서 받은 상처를 아빠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다음 날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보며 우는 아빠의 뒷 모습에서 선이의 클로즈업은 명확하게 전달하진 않더라도 선이가 느꼈을 미안함과 죄책감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선이가 지아로부터 상처받은 만큼 선이도 지아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옛날에 밤거리를 걷다가 허름한 옷차림을 한 취객이 함께 술을 먹던 무리와 다투는 걸 본 적이 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그 취객은 자꾸 똑같은 소리만 반복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라고 연신 외쳐대는 그는 아무리 봐도 그런 말을 할 법한 사회적 경제적 지위는 없어 보였다. 아니면 내가 너무 섯부르게 판단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그가 어디선가 저 말로써 상처받은 적이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 마음에 가장 깊게 새겨지는 말은 어찌보면 우리의 가장 아픈 부분을 찌르는 말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는 그 아픈 부분을 어루만지고 감싸 줄수도 있다. 나에게 그만큼 아픈 부분이 있는 만큼 상대방에게도 분명 있다. 아픈 부분이. 우리들은 모두 그렇다. 너와 내가 우리가 될 수 있는 힘은 거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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