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문의 한 기사가 병무청이 얼마나 여성들을 국군과 병무청의 이미지에 이용하는지에 대해 기사를 다룬 적이 있었다. 징병제의 대상은 남자에 국한됨에도 불구하고 여성 아이돌과 미스코리아를 모델로 이용함으로써 국군의 사기진작을 위해 여성성을 도구화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세상 그 어떤 도구도 군인의 사기를 진작시키진 못한다. 도구를 넘어서는, 감정과 이성을 초월한 숭고하고 본능적인 의미만이 군대라는 집단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군대는 인간이 가족을 제외하고 운용하는 집단 중 가장 원시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집단이다기 때문이다. 인간의 집단적 폭력성에 기반하고 있기에 군대의 효율은 이 본능에 얼마나 충실하게 하는가, 또 이를 얼마나 자극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이를 자극할 수 있는 건 물리적 사물도 아니고, 이성적, 감성적 접근법으로도 충분하지 못하다.
위문 공연을 통해 군인은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 상하관계에서 벗어나 여성성으로 부터 심신적 위로와 또한 이성애자 남성으로써 느끼는 성적 욕구까지 간접적으로 해소함을 느끼게 된다.
분명히 인간이 인격체로써 존중되기 보다는 타인을 위한 일방적 도구처럼 여겨지는 현상은 잘못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위문공연의 잘못이라거나 국군의 잘못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아까 말했다 싶히 군대라는 집단은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감성적 공감 능력까지 정지시킨다. 이미 군대라는 공간 자체가 상하관계 속에서 인간에대한 존중이라기 보다는 개개인이 도구화 되는 곳이다. 즉 애초에 군대가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위문공연을 중단하고 미모의 여성이 병무청을 홍보하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할까? 그렇다. 애초에 나는 병무청을 왜 홍보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갈 군대인데 홍보는 왜하는 건지.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홍보와 위문공연이 갑작스레 중단 된다면 어떤일 이 벌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긍정적인 방향은 아닐 것이다. 역시나 군대라는 공간은 저런 이성적 판단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원시적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미군은 위문공연이 없다. 아니 있긴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군대와 같은 형태의 위문공연이 아니라 정말로 자국을 위해 희생한 많은 장병들과 지금도 본토 및 타지에서 근무중인 많은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한 공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한쪽 성별에 치우쳐져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아무 탈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은 사회와 너무나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군대가 가지는 폐쇄적 특수성이 매우 희미해짐에 따라 미군은 더 이상 원시적이고 본능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보다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판단 아래에서 행동할수 있게 되었다.
과거엔 미군도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군대를 위해 여성을 이용했다. 그리고 오히려 이로인해 전투력의 하락과 이성적 판단의 마비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 대한민국의 군대는 그 어떤 나라보다 군대가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가 크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군인으로써 종사하고있거나 했고 그 폐쇄성으로 부터 오는 폐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대한민국이 변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변해야한다. 아니면 징병되는 시민으로써 이 문제를 자각하고 그 폐혜를 사회에서 까지 담습하지 않도록 하여 군대가 사회의 변화를 천천히나마 따라오도록 해야한다.